2011년 03월 07일
3DS, 6일간의 체험 기록
※ 이 이야기는 다분히 개인적인 기록이며,
3DS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므로
3DS 구입 예정이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0. 첫인상
처음 받아든 3DS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물건이었다.
전원을 켜고 시스템을 세팅하면서
실제 눈에 맞닥뜨린 3D는 기대감 때문인지 꽤 훌륭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동봉된 AR 게임들의 3D 효과는 높은 편이었고
같이 구매한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1일차
3DS를 구매했다는 소식에
주변 지인들의 구경 요청이 몰려왔다.
보여준 후의 반응은 8:2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이 8이었다.
눈이 아프다, 화면이 어른거려 어지럽다.
홀로그램 책받침 같은 느낌이다와 같은 의견들이였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나 역시 그런 현상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기에, 조금은 씁쓸했다.
2일차
닌텐독스+캣츠를 구매했다.
하드웨어 제작사인 닌텐도가 보여주는 3D의 영역은
서드파티들 보다는 탁월했다.
하지만 닌텐독스가 3D 효과를 내세울만한 타이틀은 아니었기에
여전히 3DS의 3D 기능에 대해서
이것이 과연 '게임의 재미를 늘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인가'에 대해
물음표인 상태였다.
덧, 고양이는 귀여웠다(...)

3일차
슈스파 4를 팔고 릿지 레이서 3D를 샀다.
슈스파는 내가 워낙 PS3로 많이한 것도 있고,
3D 효과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Wifi를 통한 대전도 PS3가 있으니 그닥이었다.
새로 구매한 릿지 레이서 3D는
최초로 큰 만족감을 준 소프트였다.
레이싱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트랙의 현실감이
꽤 높아졌다. 그리고 근거리와 원거리가 잘 구분되어
2D보다 탁월한 깊이감을 선사했다.
그것으로 인해 다른 시리즈에 비해
추월의 즐거움이 확연히 늘었다.
'아 3D로 재미를 얻을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는 찰나,
눈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4일차
두통과 메스꺼움. 그리고 재미 사이에서
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내게 릿지 3D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3D 볼륨을 최대로 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과도하게 안력을 쓰는 일이었다.
10분 정도 플레이하자 눈이 사팔이 되는 것 같은 기분과
압력이 느껴졌다.
3DS 타이틀을 사면 항상 나오는 경고문.
'30분 후 10분은 반드시 쉬세요' 정도로는
해결이 안되는 괴로움이었다.
그렇다고 3D 효과를 최소화하거나 끌 경우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이런 고통을 나만 느끼는 것인지 궁금해
루리웹에서 3DS를 구매한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가보니
자주 하다 보면 점차 괜찮아 진다고 한다.
그건 게임을 위해 안구를 단련해야 한다는 이야기일까.
5일차
조금은 편한한 자세로 게임을 하면
눈이 덜 피로할까 싶어 누워서 게임을 해봤다.
그런데 3DS는 누워서 할 수 없는 게임기였다(...).
본래 누워서 휴대용 게임기를 하면
한 자세로 고정하기가 어려워 뒤척이게 되는데,
뒤척일 때마다 3D 초첨을 잃어버렸다.
결국 이 이후,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3D 볼륨을 OFF로 내렸다.
6일차
영화관에서 보는 3D는 2시간 정도를 봐도
눈에 압력이 올 정도로 피로감이 크지 않다.
3DS와 어떻게 다른 걸까.
비교를 해 보려 최근 잘 나온 3D 영화
라푼젤을 보러 갔다.
그리고 결국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최종 결론
영화의 3D 연출은 '아바타'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아바타가 3D를 잘썼다고 느낀 부분은
'우왕~ 나 3D에염~'이라고 질러댔던 영화들과 달리
아주 소수의 포인트를 살리는 부분과
공간감을 살리는 부분 외에는
안경을 벗고 봐도 무리가 없는,
2D 영상을 내보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시사하는 것은
3D를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작자(감독)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관객의 3D에 대한 피로감을
영화의 전체 플롯 내에서 컨트롤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3DS의 경우 그 컨트롤 권한이 유저에게 있다.
하지만 유저의 입장에서는
어떤 씬이 3D로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게임을 하면서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3DS는 기본적으로 항시 3D를
켜놓거나, 꺼놓는 2가지 방법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
여타 3D 매체와 3DS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나는 이 결론에 도달하고
3DS에 대한 실망감이 들었다.
제작자가 의도해서 3D적인 연출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장면에서 유저가 3D 볼륨을 낮추거나 끄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반대로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
항상 3D를 켜놓고 눈을 혹사시키는 것도
바람직한 플레이 방법은 아니다.
아마도 닌텐도는
향후 나올 마리오나 젤다 등에서
눈에 띄는 3D 효과를 내고,
또 그것을 충분히 어필할 것이다.
하지만 3D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다면,
밋밋한 3D 효과에 떨어져 나가거나
너무 깊은 3D 효과에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휴대용 게임기는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대중을 위한 게임기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 숙제를 닌텐도는 어떻게 풀어갈지 매우 궁금하다.
에필로그
결국 난 오늘 3DS를 예쁘게 다시 포장해 상자에 담았다. ㅎㅎ
# by | 2011/03/07 00:38 | In my feeling | 트랙백 | 덧글(14)








